
3월의 오사카는 벚꽃이 피기 직전의 그 설레는 분위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꽤 긴 10일 일정이었습니다.
미나미센바의 마쓰야마치역 인근 웨이페어러 마츠(Wayfarer Matsu)를 베이스캠프 삼아 느긋하게 오사카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여행 중반쯤 되자 '이번에는 평소 가지 않았던 곳을 한 번 가볼까' 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곳이 오사카 만국박람회 기념공원(万博記念公園, 반파쿠기넨코엔)이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 곳은 그동안 오사카를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도 늘 '멀고, 별로 볼 것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발걸음이 그쪽으로 향했습니다.

숙소가 있는 마쓰야마치역에서 반파쿠기넨코엔역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이동이지만, 10일이라는 여유 있는 일정 덕분에 부담 없이 나설 수 있었습니다.

태양의 탑

역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멀리서부터 시선을 압도하는 거대한 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태양의 탑(太陽の塔)입니다.

처음 본 건데 이상하게 익숙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태양의 탑은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중 명작으로 꼽히는 '어른제국의 역습'에 등장하는 바로 그 탑이었습니다.

탑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공원은 여유롭고 평화로웠고,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과 관광객이 제법 있었습니다.

레드홀스 오사카 휠

태양의 탑에서 시선을 살짝 돌리면 또 다른 거대한 구조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로 레드홀스 오사카 휠(Redhorse OSAKA WHEEL)입니다.

흔히 오사카 휠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대관람차는, 엑스포공원에 인접한 복합 쇼핑몰 엑스포시티(EXPOCITY) 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레드홀스 오사카 휠은 2016년 7월 1일에 정식 개장했습니다.
높이 123m로 일본 제일의 대형 관람차이며, 모든 곤돌라의 바닥이 시스루(투명) 구조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오사카의 전망을 즐길 수 있습니다.

곤돌라는 총 72개이며, 1회 탑승 시간은 약 18분입니다.
곤돌라 1칸에 최대 6인이 탑승 가능하며, 전 곤돌라에 냉난방이 갖춰져 있습니다.

방문했을 때 오사카 휠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습니다.
곤돌라에 사람이 타지 않은 채로 돌아가고 있었고, 매표소 쪽도 일반 영업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시험운행 중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2025년 11월 25일 오후 5시 47분께, 낙뢰로 인한 정전으로 오사카 휠이 갑자기 운행을 정지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탑승객 20명이 최대 9시간 동안 곤돌라에 갇혔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으며, 사고 초기 직원들은 대관람차를 수동으로 조작해 승객들을 순차적으로 내리게 했지만 속도가 더뎠습니다.
결국 소방과 구급대원들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구조 작업을 벌였고, 운행 중단 약 9시간 만에야 마지막 승객까지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운영사 측은 대관람차 외형에 파손은 없었으며, 운행 정지의 직접적인 원인은 낙뢰로 보인다고 밝혔고, 긴급 정지 이후 전력이 복구되었으나 관람차 동력을 제어하는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해 냉난방 기기도 사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방문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현재 복구 작업을 열심히 진행하고 있으나, 영업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과 폐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또한 승차권 교환 및 유효기간 등에 관한 문의는 아래 이메일 주소로 부탁드립니다.
info.expo@osaka-wheel.com
※ 2025년 12월 27일(토)부터 2026년 1월 4일(일)까지는 현장 직원이 상주하지 않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사고로 이듬날인 11월 26일부터 운행이 중단되었고, 제가 방문한 3월에는 안전 점검과 수리를 거쳐 시험운행 중인 상태였습니다.
2~3주 정도면 각종 절차가 승인되고 운행을 재개하겠구나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2026년 3월 기준 오사카 e-Pass 공식 안내에 따르면, 오사카 휠은 4월~7월 31일 장기 폐장 중이며 현재 영업 재개 일정은 미정입니다.
7월까지 중단이라는 공지가 있기는 하지만, 그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방문을 계획 중이신 분들은 반드시 오사카 휠 공식 홈페이지에서 운행 재개 여부를 확인하신 후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대관람차라는 시설에 대하여

한때 대관람차와 관련된 서비스직에 종사했던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이번 오사카 휠 사고를 접하며 드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대관람차는 흔히 '안전한 놀이시설'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롤러코스터처럼 격렬한 동작도 없고, 느리게 천천히 돌아가는 시설이니까요.
그런데 그 안전함은 어디까지나 전력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어 시설이 움직일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오사카 휠처럼 낙뢰나 정전 등 외부 충격으로 전력이 차단되는 순간, 이 거대한 기계를 움직일 방법도, 공중에 매달린 탑승객을 신속하게 구조할 방법도 마땅치 않습니다.


지상 수십 미터 높이에 정지한 곤돌라에서 소방차 사다리를 이용해 한 명씩 구조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이번 사고에서 그것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오사카 휠처럼 운영 경험이 풍부한 시설에서도 이런 비상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9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탑승객이 고립되어야 했습니다.
이 사고를 계기로 국내외 대관람차 운영사들이 비상 대응 매뉴얼을 점검하고, 낙뢰와 같은 기상 상황에 더욱 세심하게 대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대관람차를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시절로 생각이 흐릅니다.
낮은 급여는 알고 선택한 저의 몫이었지만, 시설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봐도 번번이 제자리였던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대관람차는 '한 번 타고 마는 시설'이 아니라 반복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오사카 휠은 운행 당시 공포 테마, 랜턴 장식의 카페 테마, 공룡 테마 등 다양한 컨셉의 곤돌라를 운영하고 이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재방문 동기를 만들어왔습니다.

대구에 있는 국내 한 대관람차에는 노래방 시설을 갖춘 곤돌라가 운영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위에서 경치를 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제공해야, 방문객은 또 찾아오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오사카 휠은 여전히 멈춰 있고, 재개 일정은 미정입니다.
하루빨리 안전한 점검을 마치고 다시 123m 상공으로 사람들을 태워 올리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곤돌라 안에서, 태양의 탑을 내려다보는 경험을 언젠가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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