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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주문 취소한 포켓몬빵이 도착했다

1999년.
IMF 사태로 다니던 학원도 그만두어야 했고, 뉴스에서 실직한 가장들의 뒷모습과 비관적인 내용들이 연일 방송되서 '제발 우리 아버지는 실직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라고 매일 기도를 했던 그 때...
빵 하나가 문방구를 휩쓸었습니다.

일명 포켓몬빵.

SBS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 스티커가 동봉되었던 빵인데, 빵의 종류도 다양했고 스티커의 종류도 다양해서 그 당시 초등학생, 중학생 사이에서는 포켓몬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서 정말 많이도 빵을 샀었습니다.

처음에는 빵도 먹으면서 스티커도 모으는 모습을 보였는데, 어느새인가부터 문방구 쓰레기통에는 스티커만 꺼내고 한 입도 베어물지 않은 포켓몬빵이 한 가득 채워지게 되었고, 이게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원래도 많지 않았던 용돈이 IMF 외환위기 사태로 더 줄어서 포켓몬빵을 거의 사먹지 못 했고, 친구들이 몇 개씩 빵을 사고, 그대로 빵을 버리는 모습을 구경해야만 했죠.

빵이 참 아까웠는데... 버릴 거면 나 주라는 이야기를 하지 못 했고, 잘 다니던 학원까지 그만 두게 한 상황이라 아버지께 빵 사달라고 말하기도 눈치보여서 그냥 침만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다행히 IMF 외환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아버지께서는 직장 생활을 잘 하실 수 있었고, 그 때의 직장에서 지금은 무사히 정년퇴직까지 하셨습니다.

90년대 당시 포켓몬빵은 한 두 세번 정도 밖에 못 사먹었고, 그렇게 포켓몬빵은 정말 먹고 싶었지만 먹을 수 없었던 어렸을 적 추억 정도로만 남게 되었는데...

2022년 2월, SPC삼립의 갑작스러운 '포켓몬빵 재출시' 발표!

어렸을 때 못 먹었던 한을 풀고 싶어서 근처 편의점을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는데, 한 개도 구입할 수가 없었습니다.

출시되자마자 1999년 그 때처럼 포켓몬빵 품귀현상이 생겼고, 오프라인 매장 구입은 힘들 것 같아서 온라인 구매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포켓몬빵을 검색해보니 여러 판매처가 나오는데, 그래도... 제조사에서 사는게 가장 빠를 것 같고, 유통기한에 문제도 없을 것 같아서 SPC삼립 공식몰에서 주문을 했습니다.

이번 돌아온 포켓몬빵은 [디그다의 딸기카스타드빵, 피카피카 촉촉 치즈케익, 파이리의 화르륵 핫소스팡,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 꼬부기의 달콤파삭 꼬부기빵, 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 총 7종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종류별로 빵을 하나씩 맛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SPC삼립 공식몰에서는 빵을 섞어서 판매하지 않고 같은 종류의 빵을 6개씩 묶어서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이게 어른의 힘이다!!!라며 모든 빵을 구입하고 싶었지만 유통기한이 그리 길지 않아서 고심 끝에 2종을 선택하여 주문했습니다.

주문량 폭증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될 것 같다는 안내가 있기는 했지만, 며칠 내에 발송될 것이고, 발품파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었죠.

근데 아무리 기다려도 빵 발송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불안한 마음에 다른 사람들이 남긴 문의글을 읽어보니 저보다 먼저 주문을 했는데도 빵을 아직 못 받았다거나, 주문한 빵과는 전혀 다른 빵을 받았다거나, 받아보니 유통기한이 하루 밖에 안 남았다더라는 내용들이 많았고...

대부분의 문의글에 주문량 폭증으로 입고지연되고 있고, 영업일 기준 1-4일 내 발송 불가하다, 너무 늦어 수령원치 않으면 취소 요청해달라는 내용의 메크로 답변만 남겨지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당근마켓에 누군가가 00식자재마트에서 포켓몬빵 판매 중이라는 글을 남겼고, 그 곳에 정말로 포켓몬빵이 쌓여 있어서 7종 중 6종의 빵 구매에 성공하게 되서 SPC삼립 공식몰 주문건은 취소 요청했습니다.

3월 8일 새벽에 배송 지연을 이유로 주문 취소 요청을 했고, 8일 오전 9시 41분 주문 취소 완료 및 환불되었습니다.

그런데, 주문 취소 및 환불까지 완료된 8일 오전 11시 33분, 주문했던 2종의 빵 중 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이 배송된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뭐야??
빵을 발송했으면 운송장 번호 등록하고 발송처리를 하지... 그랬으면 주문취소 안 했을텐데...
그리고 빵을 보냈으면서 왜 주문취소를 해준거야???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

그리고 진짜로 빵이 도착했습니다.

이 빵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고객센터에 문의글을 남겼는데, 답이 오지 않아서 고객센터 전화연결을 시도했고, 운좋게도 곧바로 통화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새벽에 주문 취소를 했고, 오전에 주문 취소 완료가 되었는데, 주문했던 것 중 1개의 빵이 도착했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런 이야기를 했고, 상담사는 당황하면서 반품을 할건지 구매를 할 것인지를 물어봤습니다.

일단은 이걸 바로 돌려보내야 하는지 어떤지를 몰라서 택배 상자를 개봉하지도 않았다, 유통기한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해보고 답변하고 싶은데 기다려 줄 수 있겠느냐고 양해를 구했고, 혹시라도 전화를 끊으면 다시 통화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끊지 말아달라 말하고 택배상자를 개봉했습니다.

택배상자를 열어보니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익은 없고, 푸린의 폭신폭신 딸기크림빵만 6개 담겨져 있었고 유통기한은 다행히도 여유로운 상태여서 구매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상에서는 환불 처리가 완료된 상태라, 상담사가 문자로 보내 준 계좌번호로 비용을 입금, 그렇게 포켓몬빵 6봉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고객센터 전화 연결할 때 안내음을 들어보니 대행사를 통해서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는 것 같은데, 출고 담당자와 스마트스토어 관리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오후 늦게 고객센터에 답변이 남겨졌는데, 문의한 내용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메크로 답변을 남겼습니다.

내가 궁금했던 것은 출고일이 아니라 '취소했는데 도착해버린 상품을 다시 보내줘야 하는지, 다시 보내야 한다면 어떻게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였단 말입니다!!

폭증한 주문량만큼이나 문의량도 폭증해서 내용을 제대로 읽고 답변하지 않고, 무조건 복사/붙여넣기로 답변 진행을 하는 듯...

짧게나마 모 쇼핑몰 채팅상담사 체험도 해보고, 모바일게임 커뮤니티 운영자도 해봤던 저로서는 이렇게 무성의한 답변을 남긴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전에 게임 운영자 할 때에 자주 들어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러개 준비하고, 그나마도 그대로 복사/붙여넣기 하면 메크로 답변 남긴다고 항의 들어와서 비슷한 질문이 여러개 들어와도 어투나 표현을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답변 남겼었는데... 여기는.... 참....

한 박스에 담겨진 빵에서는 같은 종류의 포켓몬 스티커(띠부띠부씰)이 들어 있을 확률이 높다길래, 정말인가 싶어서 빵 6개를 모두 개봉하고 스티커를 확인해봤습니다.

다행히도 단 하나도 겹치지 않았습니다.

오홍~오홍~~~!!!
럭키가이!!!

딸기 크림도 두툼하게 들어 있어서 맛있네요.

1999년. 그 땐 먹지 못 했던 빵,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하나도 버리는 일 없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