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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조혈모세포 기증 이야기 #1] HLA 항원 일치 환자를 찾았습니다.

일 볼게 있어서 강원도 정선으로 향하는 중에 낯선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스팸 전화번호 어플에서 별다른 알림이 없길래 받아봤는데, 한국조혈모세포은행이라는 곳에서 전화를 했다고 이야기하면서 '2010년에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서를 작성한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어왔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헌혈의 집에서 헌혈을 하기 위해 혈압도 재고 이런 저런 질의 응답을 하다가, 옆에 놓여진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리플렛을 보게 되었고, 제가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심을 보이자 헌혈의 집 선생님께서 상세하게 기증 과정에 대해서 안내해주셔서 그 자리에서 신청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일명 골수 기증이라고도 불리는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행위.

전부터 관심은 무척 많았지만, 미디어를 통해서 접한 골수 기증 과정은 척추(?)같은 데에 주사 바늘을 꽃아서 뭔가를 뽑아내는... 굉장히 무서운 모습으로 표현이 되어 있어서 '좋은 일인 것은 알지만 선뜻 나서기 힘든 일'로 느껴졌는데, 요즘은 헌혈하듯이 팔에 주사바늘을 꽃아서 채취한다고 설명해주셔서 혼쾌히 기증 신청서를 작성했습니다.

이게 2010년경의 일인데요,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21년 5월, 저와 HLA 항원이라하는 유전 형질이 일치하는 환자가 저의 도움을 필요로한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한국조혈모세포은행으로부터는 3차례 전화가 왔습니다.

첫 날에는 과거에 조혈모세포 기증 신청서를 작성했었는데 기억 나는지를 물어보며, 항원이 일치하는 환자가 있는데 지금도 기증 의사에는 변함이 없는지를 물어봤습니다. 그러면서 조혈모세포 기증의 과정을 설명해주고, 특히 기증 의사를 밝히고 기증일이 확정될 경우 환자는 평소보다 독한 항암제를 투여하는 전처치라는 치료를 하게 되고 이 때문에 면역력이 매우 약해져서, 만약에라도 기증일에 기증을 거부할 경우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리고, 기증이 진행되는 동안 병원도 몇 번 오가야 하고, 특히 기증일에는 2박 3일간 병원 입원도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와 가족들에게도 기증 사실을 알리고, 다시 한 번 진행 유무를 확인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첫 통화를 마치고 카카오톡으로 받은 조혈모세포 기증 관련 안내문

전화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부모님과 사장님께 조혈모세포 기증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사장님은 저랑 안지도 오래되었고, 본인도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해둔 상태라 혼쾌히 수락했습니다.

문제는 가족들이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특히 골반뼈 인근에 주사를 놔서 채취하는 방식을 미디어로 접해서 그런지 위험한 것 아닌지를 자꾸 물으셨고, 내심 거절하기를 바라셨습니다. 하지만 제 의사가 확고하고, 요즘은 헌혈하듯 채취한다고 설명을 드렸더니 '그래도 잘 알아보고 결정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의사는 확고합니다.

게을러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 자산을 많이 모은 것도 아니고... 여러모로 못난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이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음 날,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두번째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가족,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는지, 기증을 진행할 것인지를 물어보셨고, 기증이 진행되기까지 제가 어떤 이유로 병원을 가게되고, 기증 과정에서 제가 겪을 수도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일하는 중에 전화를 받았고, 상담코디네이터님도 이동 중이셨는지 통화상태가 고르지 않아서 자세히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홈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기록해보자면, 제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최종 기증동의 의사를 확인하고, 환자와 유전자형이 완전히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상세 조직적합성항원(HLA)검사, 일반혈액검사를 실시하게 됩니다. 

2. 유전자 검사 결과가 일치했을 경우, 기증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검진을 시행하게 됩니다.

3. 건강검진까지 끝마치고 이상이 없을 경우 환자와 저의 몸 건강 상태에 맞춰서 기증 스케쥴을 정하게 되고, 지정 병원에서 2박 3일간 입원하며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됩니다.
조혈모세포 채취 하루 전 입원하여 간단한 혈액검사 등을 실시하고, 다음날 오전 채취실에 이동하여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게 되는데, 말초혈조혈모세포 채취라고 해서 성분헌혈 하듯이 혈액을 뽑아서 필요한 성분만 채취하고 나머지는 채내로 돌려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될 경우 약 4~6시간 정도 고정된 자세로 채취를 해야한다고 합니다.
보통 하루면 채취가 끝나지만, 부득이한 경우 다음 날에도 약간 더 채취를 할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안내문과 혈액 채취 키트가 담긴 택배상자

셋째 날, 세번째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혈액 채취를 위한 키트를 발송했고, 혈액 채취를 위하여 여수시 보건지소에 협조를 요청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혈액 키트가 도착하면 이상없이 잘 도착했는지 상담코디네이터에게 연락해달라고 하셨는데, 강원도에 아직 스케쥴 상 머무르고 있던 터라, 모든 스케쥴을 마치고 집에 내려 온 뒤에야 연락드릴 수 있었습니다. 

혈액 채취 키트에 담겨진 내용물

혈액 채취 키트는 목요일에 집에 도착했지만, 저는 금요일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여수에 도착을 한 탓에 뒤늦게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 건강상태 문진표 / 확인검사 동의서 / 개인정보 동의서 / KF94 마스크 1매 / 혈액 채취 키트와 여분의 키트 등]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혹여 개인정보 관련 문제가 될 부분은 삭제하고 담겨져 있던 서류를 촬영해봤습니다.

문제가 될 시 위 사진은 삭제토록 하겠습니다.

강상태 문진표, 확인검사 동의서, 개인정보 동의서에 작성해야 할 내용들을 작성하고 내용물들을 다시 상자 안에 담았습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전화를 받은지 일주일 째 되는 월요일.

혈액 채취 키트가 담긴 상자를 들고, 여수시 보건지소로 향했습니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미리 협조를 구한 담당 선생님께 키트를 전달하여 혈액을 채취했고, 보건지소에 있는 혈압 측정기로 혈압 측정 후 해당 내용도 문진표에 기록했습니다.

협회 측에서 혈액 키트를 수거할 퀵 기사님까지 예약해두셔서 기사님께 키트 박스를 전달한 후 첫 일정을 끝마치게 되었습니다.

부디 제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영웅이 될 수 있도록,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