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수 돌산에 위치한 라테라스 리조트에서는 2022년부터 매년 겨울이면 '윈터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겨울 축제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올 해로 벌써 3년째 진행되고 있는 이 행사는 매년 새로운 구성으로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동안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방문을 망설였던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입장료가 제법 비싸다는 점이었습니다.
겨울 조명 축제를 보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둘째, 빌어먹을... 솔로라는 겁니다.
이런 곳에 혼자가는 것은 참 처량하니까요.
셋째, 라테라스 리조트가 멀리서 봤을 때는 여수 돌산 일대 리조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실제로 이런 대규모 축제를 진행하기에는 부지가 충분히 넓지 않은 듯 해서 가격 대비 볼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방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가격 대비 볼게 없으면 1회에서 끝이 났을 텐데,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는 점과 찾아보니 매 해 구성을 달리하고 있어서 재방문율이 은근히 높다는 후기를 보게 되서 올 해에는 여전히 제 짝은 없지만, 호기심에 여수 라테라스 리조트 윈터 빌리지에 다녀왔습니다.
여수 라테라스 리조트 윈터 빌리지

주소 : 전남 여수시 돌산읍 진모1길 29-12
운영시간 : 13:00 ~ 23:00 (브레이크 타임 16:00 ~ 17:00)
첫인상

첫인상은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처럼 라테라스 리조트 건물 자체는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윈터 빌리지 행사가 진행되는 공간은 평소 주차장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곳이라서 부지 규모가 적어 보였습니다.
입장료만 생각하면 이 돈이면 롯데월드나 에버랜드를 가는게 좋을 것 같고, 수목원 이런 곳도 일루미네이션 행사하는 곳 많은데 그런 곳이 더 가격도 저렴하고 볼 것도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장권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내부 공간은 생각보다 협소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가격을 받을 만한 곳인가?'
'여수에서 뭘 한다는게 다 그렇지...'

예쁘긴 한데 공간이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윈터 빌리지 지도입니다.
분명 공간이 넓지는 않은데, 뭔가 빼곡한 느낌이 듭니다.
테마 구역도 있습니다.
- 크리스마스 스퀘어
- 노움 딜리버리 센터
- 다 이루어질 지니 로드
- 키즈 빌리지
- 화이트 빌리지
- 여수 선셋 빌리지
- 라테라스 드림 존
- 라곰이 크리스마스 빌리지
- 핑크트리 포레스트
- 핑크트리 캐슬

보물찾기 느낌의 이벤트도 진행하는데 저 스티커를 저는 퇴장할 때까지 한 장도 구경하지 못 했습니다.

입장하자 마자 보이는 더 링크라는 이름의 아이스링크입니다.
이런거 서울 무슨 광장에 설치되었다고 뉴스를 통해서만 봤지, 실제로는 이런 야외 아이스링크를 처음보는데 무척 신기했습니다.

더 링크와 어트랙션들은 입장료와는 별개로 시설 이용료를 지불해야 했습니다.

더 링크에서는 스케이트 외에도 썰매 탑승도 가능!
어린이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어트랙션도 몇 개 설치되어 있었는데 영유아들을 위한 것 뿐이었습니다.
제법 비싼 가격대임에도 자녀의 인생 사진을 찍어 주기 위해서 지갑을 여는 부모님들이 많았습니다.
조명을 예쁘게 설치한 기구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이들 사진이 참 잘 찍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이 나이쯤 되면 딸내미 손 잡고 이런 곳 방문할 줄 알았는데...


조금씩 주변을 돌아보니 제한된 부지를 단순히 넓게 쓰는 것이 아니라, 빈틈없이, 알뜰살뜰하게, 정말 효율적으로 활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석구석 끊임없이 포토존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냥 형식적으로 장식만 해놓은 것이 아니라, 각각의 포토존마다 확실한 콘셉트와 완성도 있는 디자인이 돋보였습니다.


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나면 바로 옆에 또 다른 매력적인 포토존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되더군요.

좁다고 느꼈던 공간이 오히려 장점으로 다가왔습니다.


동선이 짧아서 피곤하지 않았고, 밀도 있게 구성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넓은 공간에 듬성듬성 조명만 켜놓은 다른 축제들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는 동안 계속 한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공간 활용을 잘했다. 입장권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처음 입장할 때 들었던 거부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히려 만족감이 커졌습니다.

그렇습니다. 돈을 받으려면 이런 노력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밤에 조명만 켜놓는다고 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그만한 가치를 제공해야 하고, 그에 걸맞은 퀄리티를 준비해야 합니다.

라테라스 윈터 빌리지는 바로 그 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제한된 공간이라는 한계를 창의성과 세심함으로 극복했고, 방문객들이 돈을 쓰고도 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서 느껴졌습니다.

라테라스 윈터 빌리지를 둘러보면서 문득 다른 어떤 회사가 떠올랐습니다.
충분한 자원과 공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는 곳.


넓은 부지에 조명만 대충 켜놓고, 별다른 콘텐츠나 볼거리 없이 단순히 우리 야간개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곳.

SNS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사진 찍을 만한 가치, 경험할 만한 가치, 돈을 쓸 만한 가치를 명확히 요구합니다.

라테라스처럼 좁은 공간에서도 최선을 다해 퀄리티를 높이고 방문객들에게 만족을 주려고 애쓰는 곳이 있는 반면,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도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곳을 보면 참 답답한 마음이 듭니다.
그 차이가 결국 지속 가능한 사업과 일회성 이벤트를 가르는 것이 아닐까요?

라테라스 윈터 빌리지가 2022년부터 3년째 꾸준히 개최되고 있고, 매년 구성을 바꿔가며 진화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이것은 운영진이 방문객들의 피드백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매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한두 해 반짝하고 사라지는 이벤트들이 많은 요즘, 3년째 명맥을 이어가며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의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입소문을 통해 방문객들이 계속 찾아오고, 그 방문객들이 만족하고 돌아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총평

여수 라테라스 리조트 윈터 빌리지는 정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처음의 선입견과 우려를 완전히 뒤집는 퀄리티와 완성도를 보여줬고,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방문객들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하려는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눈도 내리지 않고, 12월에도 단풍 구경이 어렵지 않은 곳.
대형 복합 쇼핑몰도 없고 백화점도 없어서 크리스마스 장식 하나 구경하기 쉽지 않은 곳.
그런 여수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수 많은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물을 구경하고, 수목원 하나 없어서 일루미네이션 행사를 구경하기 힘들었던 곳에서 이렇게나 화려한 조명으로 가득한 공간을 마주한다는 것은 여수 사람으로써 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겨울이 재미없는 여수에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해줬으니까요.

입장료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고, 부지가 넓지 않아 답답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직접 가보시면 그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겨울철 여수를 방문하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라테라스 윈터 빌리지를 꼭 일정에 포함시켜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진 찍기 좋아하시는 분들, 연인이나 가족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으신 분들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sadramen_diaries A hidden winter village by the sea ✨ Yeosu La Terrace Resort transforms into a magical Winter Village, filled with Christmas village vibes, glowing illuminations, and endless photo spots. Feels like stepping into a fairytale… but this is real. #Y#YeosuL#LaTerraceResortW#WinterVillageC#ChristmasVillageI#IlluminationY#YeosuTravelK#KoreaWinterW#WinterLights ♬ 오리지널 사운드 - sadramen_diaries



공간은 크지 않지만, 그 안에 담긴 정성과 노력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연인의 손을 잡고 걷는 사람들, 아이를 목마 태우고 행복해하는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빛과 함께 어우러져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채운 곳....


여수 라테라스 윈터 빌리지는 단순히 사진을 찍기 위한 포토존을 넘어, '겨울이라는 계절이 주는 낭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공간 전체가 하나의 '크리스마스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한 몰입감이 있었습니다.



이 겨울이 가기 전, 소중한 사람과 함께 이 따뜻한 빛의 축제 속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차가운 손을 호호 불며 찍은 사진 한 장이, 오래도록 기억될 따뜻한 추억이 되어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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