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만명 이상의 내/외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서울 시티투어버스의 성공 이후, 전국의 여러 지자체들이 시티투어버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곳은 서울처럼 흥행에 성공한 곳도 있지만, 이용객들을 고려하지 않은 일부 지자체들의 경우 탑승객 0명으로 세금 낭비 소시를 듣기도 합니다.
일각에서는 시티투어버스의 흥행에 있어서 단순히 지자체가 내세우고 싶은 관광지만 이어주는 것이 아니라 시티투어버스만의 컨텐츠를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을 하기도 하는데요, 제가 거주하고 있는 이 곳 여수에서 다른 지자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색 컨텐츠를 담은 시티투어버스 상품이 있다고 해서 이용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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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보고 노래부르는 시티투어버스?
제가 오늘 이용할 투어버스의 이름은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입니다.
약자로는 시달버라고 부르기도 하는 상품인데요, 다른 투어버스처럼 매일 운행하는 것은 아니고 2024년 4월 5일부터 11월 2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만 운행을 합니다.
매주 금요일, 토요일 19시 30분부터 21시 30분까지 약 2시간 정도 운행하며, 이용료는 20,000원입니다.
여수시민, 초중고 학생, 경로, 군인, 국가유공자, 장애인(상이 1급, 장애 1~3급의 경우 동반 1인 포함)의 경우 10,000원에 이용이 가능하며 미취학아동은 무료 이용 가능합니다.
무슨 시티투어버스가 20,000원이나 하냐구요?
보통은 이 상품에 대해서 사전에 정보를 확인하고, 예약하여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현장에서 별다른 정보없이 해당 상품을 이용하시는 분들의 경우 요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일이 있더라구요. 제가 탑승했던 날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버스는 다른 투어버스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수의 주요 관광지를 이동하면서 연극도 보여주고, 즉석에서 버스킹 공연도 진행하는 '볼거리와 놀거리'를 결합한 버스!
그게 바로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라는 이름의 투어버스입니다.
버스 탑승은 이순신광장 거북선모형 앞에서 진행됩니다.
미리 예약을 했을 경우, 이 곳에서 이름을 이야기하고 예약자 및 탑승객 정보를 확인하게 됩니다.
접수 확인처에는 이렇게 여수여행 관련 토퍼가 놓여져 있는데, 이걸 빌려서 이 일대에서 재밌는 인증 사진도 촬영할 수 있습니다.
접수 확인이 되면 종이 팔찌와 매우 커다란 크기의 엽전을 하나 받게 됩니다.
엽전을 기념품으로 주는 것인가 했는데, 버스에 탑승할 때 엽전을 반납해야 합니다.
2층 버스를 타고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1층은 출연진들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탑승객들은 2층 좌석을 이용해야 합니다.
연극
탑승객 정보를 확인한 뒤, 버스는 이순신광장에서 여수수산물특화시장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곳 이순신광장에서 소호동 동동다리까지 이동하는 동안, 버스에서는 짧은 연극을 선보인다고 하는데, 버스 양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샌드아트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어떤 내용의 연극이 진행될 것인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샌드아트 영상이 끝나면 빨간 두루마기를 걸치고 거문고로 보이는 악기를 든 어떤 남성이 등장합니다.
설명을 들어보니 연극 내용은 버스의 이름인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처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 같습니다.
앞서 우리가 버스에 탑승할 때 엽전을 버스 이용료로 냈었죠?
그 엽전을 내고 버스에 오를 때부터 우리는 과거로 출발하게 된 것이고, 버스가 운행을 하면서 점차 현재로 시공간을 이동하게 된다는 일종의 타임슬립 성격의 공연인 것 같습니다.
공연은 주로 버스 중앙에서 진행됩니다.
좌석에 따라서 출연자들의 움직임이 잘 안 보일 수 있는데, 그럴 땐 곳곳에 설치된 모니터를 보면 됩니다.
공연의 주된 내용은 남자 주인공이 우연히 자신의 이상형을 만나 첫 눈에 반하게 되었지만 안타깝게 사랑이 이뤄지지 않았고, 고려/조선 전기/조선 후기 몇 번의 환생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기다리고 있지만 끝내 서로 사랑을 이루지는 못하게 되고...
현재에 이르러 다시 환생하게 된 두 남녀가 우연히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 공연을 보러 여수에 들렀다가 만나게 되고 사랑이 시작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남자 1명, 여자 1명의 출연자가 중간 중간 의상을 갈아입으면서 고려/조선/현재의 시간 변화를 표현하고 뮤지컬처럼 노래를 부르는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소호동동다리
짧은 연극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버스는 이순신광장에서 여수수산물특화시장을 지나 국동어항단지, 여수시청을 거쳐서 소호동동다리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에서 잠시 하차하여 여수 야경을 보며 소호동동다리를 걷는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여수 돌산대교나 해양공원은 정보를 검색해서 많이들 찾지만, 이 곳 소호동동다리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다른 탑승객분들이 많이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함께 동행한 마법사 복장을 한 가이드님께 부탁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화장실도 들를 수 있는 짧지만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버스킹
소호요트경기장에서 다시 버스에 오르니 자리마다 버스를 꼭 빼닮은 엽서가 놓여 있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 엽서를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엽서를 쓰면 여수시에서 해당 인물에게 엽서를 보내준다고 하는데, 엽서를 쓸 사람이 없다면 그냥 그 엽서를 기념품 삼아 가져가도 됩니다.
소호요트경기장에서 다시 버스는 출발지였던 이순신광장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이순신광장으로 향하는 동안 버스킹 공연이 진행되는데, 공연은 여수의 직장인밴드 '쳐럽밴드'가 진행했습니다.
통기타와 카혼이라 불리는 이색 악기를 이용해서 즉석에서 음악을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 줍니다.
노래는 7080세대들울 위한 노래도 들려주고, 90년 이후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세대를 어우르는 노래를 들려 주는데, 노래를 들으며 여수 도심 야경을 구경하면 어느새 돌산대교 위를 지나가게 됩니다.
돌산대교 위를 지날 때에는 잠시 버스킹 공연을 멈추고, 버스 내부의 조명을 어둡게 해서 장범준의 여수밤바다 노래를 들려 줍니다. 여수 사람으로서는 이미 지겹도록 들은 노래이지만, 돌산대교 위를 지날 때 듣는 여수밤바다라는 노래는 가슴 한 켠을 왠지 아리게 하는 것 같습니다.
신나는 버스킹 공연과 함께 버스는 소호동동다리에서 선소대교를 건너 돌산대교를 지나고, 거북선대교와 여수엑스포해양공원 인근을 거쳐서 이순신광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이렇게 약 2시간에 걸친 여수의 이색 버스투어 상품,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의 이용이 끝났습니다.
달리는 버스 위에서 연극도 보고 버스킹 공연도 보면서 도심 속 주요 관광 명소를 관람하는 투어상품은 대한민국에서는 아마 여수시의 시간을 달리는 버스커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 여수에서 특별한 관광 경험을 남기고 싶은 분들께는 만족스러운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