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여행을 10여차례 다녀왔지만, 술이라고는 맥주와 막걸리 정도만 마시기에 그 동안 주류 판매점은 스치듯 지나치기만 했는데, 여행 준비하려고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일본 여행, 이거 사오면 돈 버는 거에요!'라는 식으로 술을 꼭 사와야 한다는 영상이 나와서 이번에는 위스키 한 병 사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친구 부탁으로 사케는 한번 사본 적이 있지만, 제가 마실 술을 사는 것은 처음이라 두근거립니다.
나름 좀 정보를 찾아보기는 했습니다.
닛카 위스키라는 것도 있고, 보통 싼 맛에 즐기려면 산토리 가쿠빈을 사는 것 같고...
용과같이 0를 플레이 해보니 히비키나 야마자키라는 위스키도 유명하다고 하고...
일일이 주류 할인 매장에 들러서 시음해보고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짧게 방문한 터라 시간이 없어서 출국 직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2터미널 내 면세점을 둘러봤습니다.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 2터미널 면세점을 지나던 중, 『50% SALE』이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면세점 한정] [수량 한정]
'한정' 그리고 '50% SALE'
매력적인 두 단어의 만남!
31,100엔의 제품을 50% 할인된 금액인 15,550엔에 판다고 해서 냉큼 집어 왔습니다.
목차
이런 비싼 술은 처음이야!

50% 할인 상품이었다고는 하지만, 15,550엔...
글을 쓰고 있는 2025년 11월 27일 기준으로 14만 5,510원.
와... 술집에서도 이렇게 쓰는 일이 드믄데, 술 한병에 이 돈을 주다니...
이런 비싼 술은 처음입니다.

글렌리벳 캐스크 메이커스.
이게 제가 구입한 위스키입니다.
글렌리벳(The Glenlivet)이란?

글렌리벳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지역을 대표하는 싱글 몰트 위스키 브랜드입니다.
1824년에 설립된 이 증류소는 스코틀랜드에서 최초로 합법적인 증류 라이선스를 받은 곳으로, 약 2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글렌리벳의 이름은 게일어로 '매끄러운 흐르는 계곡(Glen of the Livet)'을 의미하며, 실제로 이 증류소가 위치한 리벳 계곡의 순수한 물이 위스키의 부드러운 맛을 만드는 핵심 요소라고 합니다.
글렌리벳은 특히 부드럽고 과일 향이 풍부한 스페이사이드 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주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싱글 몰트 위스키 중 하나입니다.
글렌리벳의 제품 라인업은 클래식한 12년, 15년, 18년부터 특별한 캐스크 피니시를 적용한 한정판까지 다양합니다. 유튜브 영상 중에서 이 위스키를 추천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할인까지 한다기에 인생 첫 위스키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

면세점 위스키 추천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패키징만으로도 이 제품은 상위권에 올라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3단 폴딩 방식의 박스는 열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외부는 블랙과 골드의 고급스러운 조합으로 마치 프리미엄 시계 케이스를 연상시킵니다. 확실히... 비싼 술은 포장부터 다르군요.
술 좋아하는 사람들은 '15만원 정도 하는 술이 뭐가 비싸다는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한 병에 2,000원짜리 막걸리를 즐겨 먹는 제 입장에서는 이 술은 상당히 비싼 명품처럼 느껴집니다.
박스를 펼치면 좌우 패널에 각각 캐스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금박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병 자체도 글렌리벳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따르면서도, 라벨에는 캐스크메이커스만의 독특한 디테일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병 뒷면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이 위스키의 제작 과정과 스토리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캐스크메이커스(Caskmakers)


더 글렌리벳 – 싱글 몰트 스카치 위스키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더 글렌리벳은 위스키 제조의 관습을 깨며,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지닌 싱글 몰트를 만들기 위해 한계를 돌파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마스터 디스틸러와 오크 전문가가 협력하여, 두 종류의 캐스크를 완벽하게 조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위스키 경험을 창조했습니다.
마스터 쿠퍼의 높은 기술력으로 선택된 최고급 퍼스트 필 아메리칸 오크 & 프렌치 오크 차드 캐스크를 바탕으로, 오크 스테이브(널판)를 하나하나 분해한 뒤 서로 다른 오크 목재를 교차 배치해 재조합했습니다. 그리고 이 재구성된 캐스크에서 숙성 마무리를 하면서 글렌리벳 특유의 과일 풍미에 새로운 깊이를 더했습니다.
풍미는 살구, 그을린 자두, 배 꿀, 따뜻한 향신료, 살짝 으깬 헤이즐넛이 어우러지며 풍부하고 복합적인 맛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단순한 캐스크 피니시가 아니라, 장인들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입니다.


희귀한 스페인 셰리 캐스크와 차드 처리된 유럽산 오크 캐스크가 하나의 복합적인 캐스크로 재탄생합니다.
손으로 선별된 캐스크는 분해된 뒤, 서로의 오크 조각이 교차 배치되며 다시 조립됩니다.
이 과정은 오랜 경험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집니다.
각 캐스크는 자신만의 고유한 풍미를 지니고 있고, 글렌리벳 싱글 몰트 역시 그만의 맛을 갖고 있습니다.
두 캐스크의 널판을 나란히 재조립하여 셰리 옆에 차드 오크가 놓이는 방식으로 결합하면, 각 풍미는 한층 더 깊게 확장되며, 단독으로는 결코 낼 수 없는 새로운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노즈(Nose)
잘 익은 배와 은은한 꿀향이 먼저 피어오르고, 그 뒤로 따뜻한 계피·생강·넛메그(육두구) 향신료가 조화롭게 이어집니다.
팔렛(Palate)
달콤한 자두와 풍부한 건과일 풍미가 중심을 이루며, 토스트된 오크·따뜻한 향신료·불에 그을린 파인애플의 깊은 단맛이 균형을 잡아줍니다.
피니시(Finish)
달콤하고, 풍부하며, 향신료의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후기

일단... 사기는 했는데 혹시 내 입 맛에 안 맞아서 한 모금 마시고 남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일본 여행을 마치고도 한 참을 보관하다가, 같이 일 하는 동생들과 함께 마시기로 했습니다.
지금 일 하고 있는 곳이 생일이면 객실 1일 무료 이용을 할 수 있는 숙박권을 주는데, 딱히 쓸 곳도 없어서 숙박권 사용해서 동생들과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술을 마시기 전에 이 위스키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는데, 후기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나무위키를 봐도 글렌리벳 12년, 15년, 18년, 21년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글렌리벳 캐스크 메이커스에 대한 언급은 없어서 혹시 이름 비슷한 짝퉁을 산 건가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찾아보니 이 제품은 Travel Exclusive, 면세점 전용 상품으로 기획된 제품이라고 하네요.
판매처가 제한적이다보니 후기가 적은 모양입니다.

저는 위스키를 잘 모르지만, 자리를 함께한 동생들은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모양입니다.
어떻게 마시는지, 향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데,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게 일반 양주와 뭐가 다른건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품 설명에 배와 꿀 향이 느껴지고, 그 뒤로 계피, 생강 등의 향이 느껴진다고 나와있는데.... 모르겠어요.

이거 구입할 때 면세점 코너 한 켠에 무슨 버튼을 누르면 이 제품의 향을 느낄 수 있도록 체험하는 장치가 있었는데, 거기서는 기분 좋은 향이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막상 술을 따랐을 때 저는 그런 향을 못 느꼈습니다.

술 좋아하는 동생들은 온더락으로 마시고, 저는 토닉워터를 섞어서 하이볼로 마셨습니다.
달콤한 자두와 건과일의 풍미가 느껴지네 마네 하는 소개가 있었지만... 전 모르겠습니다.
어렵네요. 위스키 그거 참...
함께 한 동생들은 향 좋다고 칭찬하면서 잘 마시던데...
뭐 저는 맛이나 향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고생하는 동생들과 함께 마시니 좋았습니다.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져서 계속해서 이직을 알아보는 중인데 어쩌면 이 술이 이 친구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술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가져 온 이 글렌리벳 캐스크 메이커스 외에도 동생들이 가져 온 위스키 2병을 더 나눠마셨는데, 제법 많은 양을 마셨음에도 다음 날 숙취없이 깔끔하게 일어날 수 있었던 점은 무척 좋았습니다.

이래서 다들 위스키나 럼 이런 걸 마시는 건가?
다음 여행 때에도 부담없는 가격선에서 위스키 하나 구입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