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고민과 더위 속 여행의 출발
요즘 제 마음속엔 무거운 고민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흔이 가까워졌고, 서비스직에서 계속 일이 쌓이면서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현실이 더 피부로 와닿았기 때문이죠.
블로그를 혹시 누가 볼지 모르니 여기에도 속 마음을 충분히 적을 수는 없지만 현 직장에 대하여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싶은 일들이 많아서 이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경기도에 있는 생산직 쪽으로 옮겨볼까 깊이 고민했고, 준비도 했습니다.
3톤 미만 지게차 면허가 필요하다고 해서 국비로 지게차 교육도 받았고, 이직 날짜까지 확정받았었죠. 그러나 이직하려던 회사의 조건을 살펴보니 급여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아서, 결국 현 직장에 조금 더 머무르는 쪽으로 마음을 정했습니다.
퇴사 날짜와 이직할 회사의 출근 날짜까지 정해놨다가 번복하고 나니 참… 창피하고, 미래가 막막해 보여서 답답하고 화까지 났습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해져서 쉬고 오겠다 이야기하고 오사카에 다녀왔습니다.
오사카에서의 낮 기온이 무려 35도까지 오르던 날, 햇살은 뜨겁고 숨 막히는 도시를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여행할 때 계획을 짜고 철저히 지키는 편이지만, 이번 만큼은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왔습니다.
저는 평소에 걷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걸으면, 차를 타고 이동할 때는 볼 수 없었던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도 관찰할 수 있고,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런 것들을 보고 있다 보면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풀리는 것 같거든요.
날이 무척 더웠지만, 좀 걷고 싶어졌습니다.
어디까지 걸어볼까 고민하다가, 한동안 다시 대관람차에서 서비스직 근무를 해야 하니까 공부도 할 겸 덴포잔 대관람차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호텔 닛세이에서 덴포잔까지 도보 여정
숙소는 오사카 난바 지역의 비즈니스호텔 닛세이였습니다.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난바역으로 이동, 호텔로 곧바로 이동해서 캐리어를 맡겨두고 보조배터리와 무선 이어폰, 스마트폰을 챙겨서 숙소를 빠져나왔습니다.
덴포잔으로 향하는 도보는 생각보다 꽤 멀었습니다.
지도상으로는 약 5~6km 거리였습니다.
난바와 신세카이, 우메다 쪽으로는 자주 걸었지만, 이 방향으로는 처음 걸어 봅니다.
가는 길에 이온몰이 보여서 잠깐 들러봤습니다.
박가네라는 유튜브 채널 영상을 종종 보는데, 이온몰에 일본에서 만든 한국식 제품들이 늘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어서 특이한 인스턴트 라면이 있을까 해서 더위도 식힐 겸 잠깐 들러봤는데, 안타깝게도 제가 찾는 이색 제품은 없었습니다.
교세라 돔 오사카 야구장도 지나게 되었습니다.
이 날 야구 경기가 있었나 봅니다. 유니폼을 입고 구장으로 들어가는 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호텔을 빠져나와서 점심식사를 하고, 도톤보리를 좀 둘러보다가 걷기 시작했는데, 약 1시간 30여분 정도만에 저 멀리 덴포잔 대관람차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사카 만(大阪湾) 일대 도착.
분명 여기는 일본인데 바닷바람에 실려 온 냄새는 여수의 바다와 별 다를 게 없었습니다.
덴포잔 대관람차 제원
덴포잔 대관람차(Tempozan Ferris Wheel, 天保山大観覧車)는 오사카 항구 지역(Tempozan Harbor Village)에 있으며, 제조·설계·시공을 泉陽興業株式会社(Senyo Kogyo Co., Ltd.)가 맡았습니다.
- 높이 : 112.5미터
- 직경 : 100미터
- 탑승 캐빈 수 : 60개 캐빈, 각 캐빈당 8명 탑승 가능
- 최대 정원 : 약 480명
- 추가 설비 : 장애인 접근 캐빈(barrier-free cabins), 일부 시스루(투명한 바닥 또는 전면 유리) 캐빈도 있음
- 운전 방식(구동 방식) : 泉陽興業(센요) 오리지널 유압 타이어 구동 시스템(hydraulic tire drive system)을 채택하여 소음과 진동이 거의 없음
- 특징 : 1997년 7월에 개장했으며, 개장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 중 하나였고 현재도 오사카의 베이 에어리어 랜드마크로 손꼽힘.
덴포잔 대관람차 살펴보기
확실히...
제가 근무하고 있는 곳의 대관람차보다 직경과 높이가 더 큽니다.
매일 대관람차를 보고 있기에 다른 대관람차를 봐도 별 감흥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네요.
크기에 놀랐습니다.
대관람차는 크게 와이어 프레임 방식과 철골 프레임 방식(?)이 있는데, 덴포잔 대관람차는 여러 개의 철골 구조물로 림을 단단하게 고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철골 프레임 방식은 일단 외관이 단단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며, 유지보수에 안정성이 높고 진동 억제가 잘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관람차는 와이어 프레임 방식으로 제작되었는데, 이 방식은 자전거 바퀴와 비슷하게 바깥쪽 원형 프레임과 중앙 허브를 와이어로 연결하는 구조로, 구조적으로 유연성이 있어서 강풍에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런던 아이와 속초 아이가 있습니다.
대관람차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위 사진에서 붉은색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에 모터가 있어서, 이곳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대관람차를 지탱해 주는 4개의 기둥에서 타이어를 이용해서 대관람차를 움직이더라고요.
덴포잔 대관람차 역시 타이어로 림을 밀어내면서 움직이는데, 기둥 하나당 위아래 2개씩, 4개의 기둥 총 8개의 타이어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움직임에 대한 큰 틀은 같지만, 세부적인 모습이 제가 근무하는 곳과 달라서 신기했습니다.
일하지 않았을 땐 몰랐는데 대관람차마다 뭔가 차이점들이 다 있군요.
나중에 일본 내 다른 대관람차도 타러 가봐야겠습니다.
캐빈은 확실히 연식이 좀 되어 보이네요.
자동문은 아니고 수동으로 문을 개폐하는 방식.
멀리서 하는 구경은 이쯤 하고, 탑승하러 가보겠습니다.
가격 및 운영 시간
덴포잔 대관람차 탑승을 위해서 이동하는 길.
인근에 레고랜드 디스커버리라고 춘천 레고랜드 같은 그런 게 아니라 레고 키즈카페 같은 게 있는데, 그곳을 홍보하기 위해 만든 기린 레고가 눈에 띕니다.
이곳에서는 어떻게 야간 조명쇼를 진행하는지 보고 싶었는데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 탓에 안타깝게도 조명쇼는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는 야경 보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해안가에 위치했지만, 주변이 답답한 산으로 막혀 있거나, 아무것도 없는 망망대해로 이뤄진 게 아니라 도심이라서 도심 야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번엔 꼭 밤에 들러서 야경까지 즐겨봐야겠습니다.
앞서 제원에서도 소개했지만 덴포잔 대관람차는 최대 8인 탑승이 가능한 캐빈이 60개나 있습니다.
1회 탑승 시간은 약 15분.
일반 캐빈과 투명 캐빈이 있는데, 둘 다 요금은 900엔으로 동일합니다.
오사카 주유패스를 이용하면 무료 탑승이 가능한데, 저는 주유패스를 구입하지 않아서 900엔 주고 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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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포잔 대관람차
- 운영시간 : 10:00 ~ 21:00 (탑승마감 08:45)
- 이용요금 : 3세 이상부터 인당 900엔
이용권 구매는 직원이 있는 창구나 그 옆에 설치된 기계를 이용하면 됩니다.
일본어/중국어/영어를 지원하고 있고 현금 및 카드 결제가 가능합니다.
이용권을 구매했다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서 3층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탑승기
3층 탑승장으로 이동하면 직원분께서 일반 캐빈에 탑승할 것인지, 투명 캐빈에 탑승할 것인지 물어보는데, 보통 일반 캐빈은 대기줄이 없고, 투명 캐빈은 대기줄이 있는 편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에는 15분 정도의 대기시간이 있었습니다.
투명 캐빈에 탑승하기 위해서 줄을 섰는데, 제 바로 앞에 있는 가족이 굉장히 낯이 익습니다.
아버지와 두 아들.
저 가족은 저를 모르겠지만, 저는 저 가족을 기억하는데, 저와 같은 항공편을 이용해서 저보다 조금 먼저 입국 수속을 끝마쳤고, 난바역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나올 때 저 가족도 저와 비슷한 곳에 호텔을 예약했는지 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봤거든요.
아버지와 아들의 여행이 참 부럽게 느껴져서 뇌리에 남았는데 여기서 또 만나니 은근히 반갑더라고요.
마흔을 앞둔 나이.
저는 아직 미혼이라 아이가 없지만, 지금의 저보다도 더 어린 나이에 저희 아버지께서는 당시 주 6일 근무라서 일주일에 단 하루 있는 휴일에 푹 쉬고 싶었을 텐데도 저와 제 동생을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셨습니다.
한 번은 제가 '아빠는 나보다 더 젊었을 때 어떻게 나와 동생을 데리고 자연농원 이런 데를 데리고 다녔던 거예요? 난 일주일에 2일을 쉬어도 피곤해서 힘들어 죽겠구먼.'이라고 말했더니 아버지께서 '그땐 그게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라고 무심히 말하시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지려 해서 참... 힘들었습니다.
그 시절 편부 가정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을 텐데, 제 아버지는 남부럽지 않게 우리를 키우려고 부단히 도 애쓰셨습니다.
캐빈 크기는 좀 작아 보였습니다.
여기에 8명 탑승이 가능할까 의심이 될 정도로.
내부에서 창문을 열 수 있는 구조.
승/하 차장의 폭을 상당히 좁게 활용하고 있고, 제가 근무하는 곳 보다도 지면과의 높이가 높은 위치에서 하차를 진행하기에 좀 놀랐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곳이야 구조적인 문제로 인하여 승하차장을 좁게 활용할 수밖에 없지만, 여기는 승하차장 양 쪽 끝이 위로 경사져있어서 충분히 넓게 활용이 가능한데 대체 왜 이렇게 좁게 사용하는 것일까... 이유가 궁금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여기는 승하차장 중간에 조작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제가 근무하는 곳과는 다르게 대관람차의 회전 속도 조절이 가능하더군요.
탑승객이 하차해야 하는 시점에 근무자 중 한 명이 회전 속도를 느리게 조절하고, 그래도 승객 하차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어서 탑승장을 좁게 활용해도 무리가 없었던 거였습니다.
이건 좀 부럽더군요...
속도 조절만 가능해도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걱정이 없을 텐데...
투명 캐빈에 탑승했습니다.
60개의 캐빈 중 단 8개만 투명 캐빈으로 운영되고 있어서 탑승 대기 시간이 있습니다.
좌/우, 바닥면이 모두 투명한 모습.
양방향으로 바람 빵빵하게 나오는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습니다.
오래되어 빛바래져서 잘 눈에 띄지는 않지만 주변에 뭐가 있는지를 알려주는 안내문도 부착되어 있습니다.
내부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나 안내 동영상을 틀어주는 디스플레이 장치 같은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코팅된 안내문 하나만 덩그러니...
제가 근무하는 곳은 탑승객들에게 안내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서 제가 직접 동영상도 만들고, AI를 활용하여 음악도 만들고, 음성 파일도 만들어서 기계에 넣어놨는데...
창을 여는 게 가능한 것 같은데, 에어컨 바람이 충분히 시원해서 열지 않았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의 모습도 살짝 보입니다.
슈퍼 닌텐도 월드 테마구역과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호그와트 성, 플라잉 다이노소어 롤러코스터가 눈에 띄네요.
덴포잔 대관람차의 림 구경.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관람차와는 확실히 생김새가 다르네요.
부산과 오사카를 오가는 팬스타 크루즈가 보여서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휴가를 길게 쓸 수만 있다면 저도 한 번쯤은 배를 타고 일본에 오고 싶네요.
한 가지 궁금증이 든 게...
제가 근무하고 있는 대관람차는 캐빈 도어를 개방할 때 에어컨에서 나오는 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덴포잔 대관람차는 분명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음에도 물이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이거... 뭐 어떻게 처리하는 거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덴포잔 대관람차를 타면 간사이 국제공항도 보인다고 하던데, 저는 공항이 어디에 있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대관람차에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호기심을 가지지 않았을 소소한 이 것 저 것들...
되게 신기한 마음을 가지고 재밌게 공부하고 왔습니다.
다른 대관람차는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회사 차원에서 출장을 보내서 확인하게 해야 하는데, 대체 내가 왜 내 돈 주고 놀러 가서 확인하고 있는 것인지... 제 자신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이런다고 회사가 알아주는 것도 없을 거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튼짓이지만....
총평
개인적으로는 이직의 실패로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더위 속에서도 높은 곳에서 바람맞으며 오사카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이 꽤 치유가 되더군요.
관람차에서 내부 기계와 작동 방식(구동 시스템, 캐빈 구조, 유리 또는 투명 바닥 여부 등)을 유심히 본 것이 여행을 더 풍성하게 했고, 그냥 ‘타고 지나가는 풍경’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체험이 되었습니다.
오사카 여행 코스 중에 덴포잔 대관람차는 충분히 넣을 만하며, 특히 낮 더위가 심할 경우 오전 또는 해 질 무렵 타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한, 투명 캐빈 탑승을 원하신다면 줄 서는 시간을 감안해 계획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