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운 업무 지시(?)
지난 글에도 잠깐 이야기했었지만, 저는 지금 여수의 한 리조트 업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여수예술랜드라는 이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여수 돌산도에 위치한 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죠. 여기에서 근무하게 되기 까지는 참 이런 저런 사정들이 있었는데 자꾸 기억해봐야 가슴만 아프고 뭐... 코로나 때 힘들었던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사람들이 그러했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아무튼, 이렇게 서비스직을 하고 습니다.
제가 하는 이 일은 365일 매일 운영해야 하는 업장의 특성상 사무직처럼 토/일요일 고정적으로 휴무가 이뤄지지 않고, 근무 스케쥴에 따라서 매주 휴무일이 변경됩니다.
이번 주에는 월요일과 화요일에 쉬게 되었고, 수요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는데요, 출근하자 마자 과장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됩니다.
"이따가 오후 2시에 개그콘서트 개그맨 60여명 공원에 올라갈거니까 사진이나 영상 찍을 수 있으면 찍어 둬."
갑자기요??
방송 촬영이냐고 여쭤보니 그건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뭐 아무튼,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공원 오픈 준비를 마치고 프론트 요청으로 전동카트로 숙박 손님들의 객실 이동을 도와드리는 등 평상시와 다를 바 없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2시 20분이었나...?
본관 주차장에 대형 버스 2대가 진입하는데 버스 전면에 부착된 LED 디스플레이에 '개그콘서트 연수'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분주한 모습의 실장님께서 "개콘 이야기 들으셨죠?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 둘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
그 중에는 '데프콘 어때요?'라는 코너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데프콘 닮은 그녀 '조수연'씨도 있었습니다.
이 때, 실장님께서 근처에 계셔서 티를 못 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서 '데프콘 어때요?'를 자주 봤던 터라 너무너무 사진찍고 싶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이 곳 여수예술랜드에 연예인들이 종종 찾아오고는 했지만 일이 바쁘고 방송 촬영이 진행될 때에는 현장이 아니라 다른 쪽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많았어서, 저는 사실 연예인을 별로 보지 못 했는데, 이 날은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연예인이 있어서 정말 놀랐습니다.
신동엽 닮은 분도 계셨고, 고개를 살짝 돌렸더니 KBS 21기 개그맨 권재관님이 보이고, 유튜브에서 많이 봤던 분들도 여럿 보이더라구요.
여기저기 다 유명인사!!
와................ 일이고 뭐고 가까이 가서 사진 좀 같이 찍어주시면 안되냐고 말 걸고 싶은걸 참았습니다.ㅠㅠ
조수연, 신윤승, 이정인.... 이 분들은 특히나...
공원에서 못 보고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아무튼 '우와!!! 나 저 사람 알아!!! 오!!! 사진찍고 싶어!!!'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대기하다가, 희극인분들과 개그콘서트 연출팀의 짐을 전동카트에 싣고 객실로 이동을 도와드리고 왔습니다.
개그콘서트 출연진 입장
15시 30분쯤.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고 있어서 공원은 오늘이 아닌 내일 올라오려나보다....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장님께서 개그콘서트 희극인분들과 함께 공원으로 올라오셨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서 우의 갈아 입으러 가려다가 방향을 바꿔서 조심히 그 들의 뒤를 따라 이동.
주어진 임무를 시작했습니다.
사진을 찍으라고 하셔서 찍기는 했는데, 비 때문에 우의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상태라서 누가 누군지 확인이 어려운 상황. 이거... 찍는게 의미가 있나?
심지어 앞서 입장한 몇 몇 분들은 마이다스의 손에서 기념 사진만 촬영하고 바로 객실로 돌아가시는 것 같더라구요.
직원들에게 '공중그네 계속 작동시켜서 운행하고 있다는 거 티 내라'고 지시하고, 계속해서 사진 촬영을 진행했습니다.
이 때 공원에는 일반 관람객분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실장님께서 공중그네 탑승하실 분들은 타셔도 된다고 안내하니까 몇 몇 분들이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해봐야지."
공중그네
제가 공중그네 쪽으로 갔을 땐 이미 몇 몇 분들께서 공중그네 탑승을 한 상태였습니다.
유튜브 폭소바겐, 폭씨네 채널 운영자이자 SBS 공채 15기 개그맨 박형민님이 탑승했다가 빠른 하차를 요청하는 상황을 볼 수 있었는데 함께 탑승하신 분이 더 탈 수 있었는데 빨리 내려와서 아쉬워 하시더군요.
비 때문에 숙소로 일찍 돌아가려다가 막상 누군가 타는 모습을 보니 재밌어 보였는지 20여명 정도 남아서 탑승을 하거나 사진/동영상을 찍고 계셨습니다.
예전처럼 개그콘서트를 본방사수하지는 않지만, 알고리즘이 뜰 때면 한번씩 보고는 하는데 KBS 개그콘서트에 굉장히 친숙한 이름이 한번씩 보이더라구요.
"현욱아, 너도 타야지"
!!!!
"저... 혹시 지금 탑승하신 분이 장현욱씨인가요?"
"네. 아세요?"
"네. 저도 장현욱이거든요. 이름이 같아서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네. 제 이름은 장현욱.
어느 날 유튜브로 개그콘서트를 보는데 출연진 이름에 저와 같은 이름이 있길래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분을 여기서 다 보게 되네요.
저와 동명이인인 개그맨 장현욱씨는 고소공포증이 심하신지 무척 긴장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찾아보니 2023년 KBS 공채 33기로 현재 가장 막내기수이시던데, 그래서 짐 나를 때에도 자주 이름이 불리고 여기저기서 이름이 불렸었나 봅니다.
차마 앞을 못 보고 고개를 돌린 저 모습.
선배, 동기 희극인분들께서 너무 즐거워 하시길래 동명이인 찬스이자 미약한 제 권한(?)으로 다른분들보다 탑승시간을 더 늘려드렸습니다.
기쁨을 감추지 못 하는 저 손가락 움직임을 보세요.
동명이인인 분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니 저도 기쁘네요.
탑승을 끝마치고, 인사 나누고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장현욱과 장현욱의 만남.
태어나서 저와 성, 이름까지 똑같은 분 처음 만나봤어요.
스카이워크
이 날은 비가 정말 너무도 많이 내렸던 탓에 스카이워크는 운행을 중단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계시길래 이 때 아니면 이렇게 많은 연예인들 언제 보겠나 싶기도 하고, 회사에서 사진찍으라는 미션을 줬는데 날씨 때문에 다양한 컷이 찍히지 않아서 아쉬워서 직원들에게 우의를 입도록 하고, 저도 우의로 갈아 입은 뒤 개그콘서트 희극인분들에 한해서 스카이워크 탑승을 시켜 드리도록 지시했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은데 날씨도 그렇고, 비 바람 때문에 겁이 나서 그런지 스마트폰을 들고 탑승하시는 분이 많지 않아서 아쉬워 하시는 것 같길래 어차피 저는 회사 지시로 사진을 찍어야 하니까, 제가 찍어서 에어드롭으로 보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포즈를 취해주신 희극인분들!
그리고... 한 참 뒤쳐져서 큰 용기를 내고 있는 KBS 공채 33기 개그맨 장현욱씨.
힘내요!!
내리는 비 때문에 시야 확보도 힘들고, 바람 때문에 겁 많은 분들에게는 정말 무서웠을텐데 중도 포기하지 않고 모두 끝까지 건너셨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돌아 온 개그콘서트처럼, 어려움을 잘 극복해 낸 KBS 개그콘서트 희극인분들!
제가 찍어드린 사진이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맑고 화창했다면 좀 더 다양한 구도로 더 열정을 불태워서 사진을 찍어드렸을텐데.ㅠㅠ
KBS 개그맨 장현욱 화이팅!
장씨 중에 가장 유명한 연예인이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박형민씨에게도 사진을 부탁드려서 한 장 찍었습니다.
권재관님께도 사진을 부탁드리고 싶었는데, 통화 중이셔서 사진을 부탁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여기에 오셨던 모든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실례가 되는 행동이 아닐까?'
'특정인에게만 사진을 요청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사진 요청하지 않으면 상처 받지는 않을까?'
'사진 거부하시면 내가 상처받을 것 같은데'
등등 쓸데없이 고민과 걱정이 많은 INFJ 특성상 말을 건네기가 힘들었습니다.
장현욱씨나 박형민님께도 정말 큰 용기를 내서 말 걸었다는....
다음 날 오전, 개그우먼 몇 분이 올라오셔서 스카이워크를 이용해주셨습니다.
다른 분들은 안 오시는지 여쭤보니 '아마 숙취로 고생 중이실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조수연씨, 신윤승님 보고 싶었는데....!!!
김원효님도 나중에 여수로 오셨다고 뵙지 못 하고...ㅠㅠ
비는 오지 않았지만 흐렸던 이 날...
이 날도 어차피 회사 일로 사진을 찍어야 했기에 사진 촬영을 도와드리고, 에어드롭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해드렸습니다.
직원 중에 한 친구가 자신이 구독한 유튜브 채널의 출연진이 있다며 반가워하면서도 쭈뼛쭈뼛...
다 떠나고 난 뒤에야 아쉬워 하더군요.
레이디액션 채널 구독한 친구인데...
진작에 알았다면 대신 용기내서 싸인이라도 요청을 드렸을 텐데...
날씨 탓에 보다 멋진 사진, 재밌는 사진 찍어드리지 못하고...
정말 많은 분들과 함께 사진찍지 못 하고 눈으로만 담고, 머리로만 기억해야 했어서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이 곳에서 일을 하면서 이렇게 많은 연예인을 본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면서도 즐거웠던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