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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사용후기

음료가 튄? 맥북프로 키보드 애플케어 플러스 AS 후기

by 슬픈라면 2023. 1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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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7일. 11번가 슈팅배송을 통해서 맥북프로 13인치(M2) 구매.
2023년 11월 18일 상품 배송 완료 및 구매 확정.

그리고...
상품을 배송 받고 딱 일주일이 되던 2023년 11월 25일...
아르바이트 생 때문에 맥북프로가 망가졌습니다.

지금의 저는 여수의 한 리조트 업체에서 어트랙션을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그 날, 조작부스 겸 카운터 역할을 하는 곳의 포스기 옆에 맥북프로를 두고 일을 하면서 짬짬히 맥북프로로 회사 내 설치된 안내판 중 내용을 변경했으면 하는 것에 대해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노트북을 두고 어트랙션 조작을 하러 갔다 온 사이에 맥북프로 키보드에 아르바이트 생이 먹던 음료수가 튀어 버린 것 입니다.

이걸 아르바이트생이 제게 알려줘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맥북프로로 다시 작업을 진행하려 했는데 키보드에 액체가 튀어 있는 것을 제가 확인, 손님 응대하다가 튄 침인 줄 알고 키보드를 티슈로 닦아내고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후 디스플레이를 살펴보니 디스플레이에 마치 보호필름을 어설프게 붙이려다가 공기방울이 생긴 것처럼 뭔가가 묻어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혹시 음료를 튀게 한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니 그제서야 자기가 그런 것 같다고 말을 하더군요.

기분이 무척 나빴지만, 이 당시에는 음료가 단순히 조금 튄 정도일 것이라 생각해서 닦아내면 괜찮을 거라 믿고 크게 뭐라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맥북프로의 키보드 상태를 확인해보니 몇 몇 키들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경써서 닦았음에도 키보드 틈새로 음료가 스며들어 당성분으로 인해서 키보드의 눌림 상태가 이상해진 상황.

확인해보니 [ Q, W, A, Z, /A, ()Shift, ()Option, ()command ] 7개의 키가 아무리 주변을 닦아내도 타건감 회복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
큰 맘 먹고 맥북프로를 구매했는데 딱 일주일되는 시점에 이런 문제가 생기다니...

처음에는 단순 실수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친구라서.
이 친구가 당시에 먹다가 둔 음료수가 어린 아이들이 즐겨 먹는 '뽀로로 음료수'였는데, 이게 쪽쪽 빨아야만 음료수가 나오는 구조라서 단순히 일하느라 바빠서 쿵 하고 무의식 중에 세게 놓았던게 좀 튄거라면... 노트북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래서 맥북프로 키보드 세척을 하면 문제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검색해보니 맥북프로 키보드 자가 수리하려다가 부숴먹은 사례가 좀 보이네요.

기계 잘 다루지도 못 하는데 괜히 일 더 벌리면 안 될 것 같아서 서비스 접수를 했습니다.
맥북프로... 오래 오래 소중히 사용하려고 애플케어 플러스도 가입했는데... 그걸 이렇게, 그걸 벌써 써먹게 될 줄은 몰랐네요.

서비스직 특성상 주말에 쉰다는 것은 힘든 일이고...
내가 원하는 날짜에 쉰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서 스케쥴 상 가장 빠른 휴무일에 맞춰서 맥북프로 A/S 접수를 했습니다.

아침 9시 방문.
상담 후 9시 9분에 인수증을 받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기사님 이야기로는 키보드 세척 정도로 끝날 일이면 약 1시간 30분 정도 시간이 걸릴 거라고 하시더군요.
서비스센터가 집과는 거리가 있어서 집에 갔다 오기도 뭐하고 해서 인근의 맥도날드에서 맥모닝 세트를 먹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전 10시 48분.
키보드 세척을 끝마친 서비스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키보드 세척 후 테스트를 해봤는데 다른 키들은 정상적으로 작동을 하나, 한/A 키와 Shift 키가 오작동을 한다며 탑케이스 교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탑케이스 교체 비용은 애플케어 플러스 적용 기준 120,000원.
탑케이스 교체 진행을 부탁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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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시간 정도 시간이 지나서, 카카오톡으로 견적서를 받았습니다.
120,000원....
아르바이트 생 때문에 생돈 나가게 되었습니다.

애플스토어가 아닌 애플 공인 서비스센터이다보니 바로 탑케이스 교체 진행은 할 수가 없었고, 부품 주문 후 교체 진행, 테스트까지 고려하여 1~2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2023년 12월 1일.
맥북프로 탑케이스 교체 및 테스트까지 끝났으니 제품을 수령하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으나 이 날은 근무라서 도저히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서 다음날인 12월 2일 제품을 찾으러 가겠다고 답변 드렸습니다.

2023년 12월 2일.
인수증을 들고 서비스센터를 찾았습니다.

기사님으로부터 제품 수리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듣는데, 사진 한 장을 보여주시더군요.
제 맥북프로를 분해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액체가 많이 유입되어 팬이 있는 곳까지 흘러들어왔고, 여기까지 닦아내었으나 끝내 2개의 키가 오작동하여 탑케이스를 교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액체가 많이 유입되었다고 했는데, 기사님이 보시기에 음료가 튀어서 이 정도로 유입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여쭤보니 이건 튄게 아니라 쏟은 것이라고 하시더군요.

손이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제가 맥북프로를 놓았던 위치에 다른 직원들이 물이나 커피를 두는 경우도 있기에 기사님께 혹시 쏟아졌다는 액체가 커피같지는 않았냐고도 여쭤봤는데, 커피라면 색깔이 있고, 특유의 향이 있는데 그렇지는 않았고 당성분이 있는 음료로 보였다고 답변 받았습니다.

키보드 옆으로 스피커가 자리하고 있는 만큼, 스피커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을지에 대해서도 물어봤는데, 탑케이스를 교체하면 스피커 쪽도 함께 교체되는 거라고 하셔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안심했습니다.

맥북프로의 탑케이스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떤 부분이 변경되는 것인지 자세히는 모르겠으나, 아직 새 제품인 상태의 제품을 나사 풀고, 부품 변경을 한게 기분이 참 더럽네요.

저는 빌어먹을 코로나19의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다가 늦은 나이에 다시 서비스직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한 참 어린 동생들과 일을 하게 되면서도 저 자신이 나이가지고 사람들에게 말을 놓거나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띠동갑도 넘는 어린 직원들에게도 말을 함부러 하지 않습니다.
나이?
그런거 가만히 있어도 먹게 되는 것인데 그게 뭔 벼슬이라고 반말을 하는지 이해되지 않고, 주임이라는 직급을 가지게 되었지만 서른 중반의 아저씨가 이 나이에 서비스직 신입으로 입사해서 주임단게 뭐 잘났다고... 직급이 있어도 직원들에게 존대를 해주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 날은 정말 열 받아서 말을 좀 놨네요.
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음료를 쏟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걸까요?

부품을 교체해서, 다시 새 것 같아진 맥북프로의 모습입니다.
차로 따지면... 사고이력은 있지만 부품 교체로 인해서 신차처럼 깔끔해진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문제를 일으킨 아르바이트생에게 비용을 전액 요구할 것인지, 액땜했다치고 제가 감수할지 몇 날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문제의 뽀로로 음료수를 직접 구입해봤습니다.
그리고,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힘 껏 내리쳐봤습니다.

음료 방울이 사방팔방으로 튀기는 했으나, 쏟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튀지는 않았습니다.
음료가 튀어 있는 모습이 키보드 틈새에 굳어있던 음료의 모습과 같네요.

아스팔트 바닥에 힘 껏 내리쳐봤습니다.
아스팔트 바닥에 내리치니 나무 테이블 위에서보다는 보다 많은 양의 음료가 튀었는데, 이 역시 쏟았다는 느낌까지는 들지 않습니다.
이런 동작을 여러차례 반복하다보니 노트북에 많은 양의 음료가 유입되었던 걸까요?
아니면 진짜 쏟았던 것일까요?

제가 맥북프로의 이상을 처음 느꼈을 때, 디스플레이에는 액체가 제법 많이 튄 흔적이 보였었습니다.
그 양이 제가 아스팔트에 내리쳤을 때와 비슷한 양이었던 것 같은데요, 대체 뭔 짓을 했길래... 제 맥북프로는 탑케이스 교체라는 진단을 받아야 했을까요?

전 결국 그 친구에게 수리비 전액을 청구했습니다.
이번 달 급여는 다 쓴 상태라 다음 달에 보상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는데요, 고의였건 아니였건간에 덕분에 맥북프로의 수리까지 진행했으니 그 책임은 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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