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일본을 몇 차례 다녀오고, 이후로도 줄 곧 일본여행과 관련된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봐서 그런지 요즘들어 2025년 7월에 일본에 가면 안된다는 내용의 유튜브 영상들이 알고리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2025년 7월에 일본에 가면 안된다고 말하는 것일까요?
그 것은 일본의 '내가 본 미래'라는 만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목차]
『내가 본 미래』란 어떤 만화인가?
내가 본 미래는 1999년 일본의 만화가 타츠키 료(たつき諒)가 발표한 예언 만화입니다.
타츠키 료는 여성 만화가로 자신이 꾸었던 꿈 내용을 바탕으로 장차 일어날 사건들을 만화 형식으로 그려내었는데, 만화 초판 표지에 '2011년 3월 대참사가 온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 2011년 3월 11일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면서 뒤늦게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동안 일본을 비롯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된 만화였으며, 일본 내에서는 품귀 현상까지 일어났을 정도인데, 인기에 힘입어 2021년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이라는 제목으로 복각판이 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복각판에 추가된 내용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예언… 2025년 7월
그렇다면 대체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 있길래 이렇게 난리인 것일까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혹시 도서관에 해당 도서가 있는지 확인해봤으나 안타깝게도 여수시의 모든 도서관에서 해당 도서가 입고되었다는 정보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2025년 7월에 또 일본 여행을 준비한 상태...
미리 알아둬서 나쁠 것은 없다는 생각에 직접 책을 구입해봤습니다.
무료 배송을 위해서 ETF 투자 관련 서적도 구입했습니다.
내가 본 미래 완전판의 가격은 13,000원.
만화책 치고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 생각됩니다.
책 띠지에도 【일본을 뒤흔든 예언만화 복간!! 동일본 대지진 이후 22년만의 새로운 경고! '진짜 재앙은 2025년 7월에 온다!】라고 적혀 있을 정도로 뭔가 어마어마한 일이 펼쳐질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내용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1999년 당시 선보였던 만화 내용이 있고, 작가 자신이 꿈을 꿀 때마다 내용을 기록한 꿈일기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씁니다.
특히 1999년 만화 발간 당시에는 표지에 살짝 언급만 되었던 2011년 3월 대재해에 관한 이야기도 한 점이 눈에 띕니다.
2부에서는 타츠키 료 작가가 그린 8개의 미스터리 단편 만화가 실려 있습니다.
1부 마무리 즈음(내가 본 미래 완전판 82쪽)에 2025년 7월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만화로 표현되지 않고 작가가 꿈을 꾼 뒤 그 내용을 꿈일기에 스케치와 함께 메모한 내용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작권 문제로 해당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공유할 수는 없지만, 작가는 2021년 7월 5일에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서는 난카이 해구 남쪽에 위치한 필리핀해로부터 거대한 해일이 일게되고, 그로 인해 일본 열도의 3분의 1에서 4분의 1 가량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용으로 따지면 엄청나게 길고 자세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을 긴장하게 하는 것 치고는 내용이 상당히 간략한 느낌도 들죠.
하지만 2025년 7월 5일에 집중하는 이유는...
『내가 본 미래』의 경고와 난카이 트로프 지진 가능성
2024년 8월, 일본 기상청에서는 미야자키현 앞바다에서 강진이 발생한 이후 '거대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공식 발표합니다.
이 날 일본 기상청에서 발표한 내용의 공식 명칭은 '난카이 트로프 지진 임시 정보'로 흔히 난카이 지진이라고도 불리는 거대 지진의 발생 가능성이 평상시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상 일본 정부가 해당 내용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처음이라서 일본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난카이(南海)는 일본어로 남쪽 바다를 이야기하고, 트로프(Trough)는 해곡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본 혼슈 섬 남쪽 해안선에서 태평양을 따라 길게 이어진 해저 지형을 이야기 합니다.
이 곳은 지각판인 필리핀해 판과 유라시아 판이 서로 만나면서 한 쪽이 다른 쪽 아래로 들어가는 경계면에 형성된 곳으로, 예로부터 약 100년에서 150년 주기로 규모 8.0 전후의 강한 지진이 발생해왔다고 합니다.
이 곳을 진앙으로 하는 지진은 1707년 10월의 호에이 대지진이 대표적인데, 당시 지진 규모는 8.6~9.3에 임박하고 최고 25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덮쳐서 지반 침하와 화재 등으로 가옥이 약 3만채 가까이 부서지고, 산사태가 발생하는 등 막대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과거부터 일본에서는 이 난카이 트로트에 관련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2010년에는 대지진 발생 확률을 60~70%로 예측, 향후 50년 이내 발생 확률을 90%이상으로 예측했고, 2018년에는 30년 이내 발생 확률을 기존 70&에서 70~80%로 높인 바 있습니다.
2025년 1월 1일, 일본 기상청에서는 향후 30년 이내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 발생 확률을 기존 70~80%에서 80% 이상으로 추가 상향했습니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것은 작가가 2025년 7월 경고를 하면서 이야기한 지역이 난카이 트로프 일대라는 것 입니다.
그리고, 마치 이에 대한 전조증상을 보이기라도 하듯, 2025년 6월 22일부터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2025년 6월 25일 현재까지 크고 작은 지진이 400번 이상 관측되면서 이에 대한 걱정과 우려 섞인 시선이 늘고 있습니다.
왜 2025년 7월 5일인 것일까?
만화의 도입부에서 작가는 꿈해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꾼 꿈에 대해 날짜와 함께 내용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외삼촌이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참석하고 돌아가는 길에 데자뷔같은 현상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데자뷔 현상을 느낀 장소에 대한 내용을 자신의 꿈일기를 통해서 찾아보니 1년 전 정확히 같은 날짜에 자신이 해당 내용을 꿈일기에 기록했었다는 내용도 있고, 영국의 밴드 Queen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의 사망과 관련해서도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자신이 꿈을 꿨을 때의 날짜가 프레디 머큐리 사망일과 같다는 내용도 적혀 있습니다.
자신이 꿈을 꾼 날짜와 미래에 일어난 일의 날짜가 같았다는 내용을 몇 차례 언급한 바 있고 2021년 7월 5일에 꿈 속에서 '2025년 7월에 대규모 재해가 올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했습니다.
꿈에서 2025년 7월에 대규모 재해가 올 것이라고 했는데, 그 꿈을 꾼 날짜가 7월 5일이다...
작가는 과거에 자신이 꿈을 꾼 날짜와 미래에 일어난 일의 날짜가 같았던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2025년 7월 5일을 조심해야 한다...?
진짜로 2025년 7월 대규모 재해가 일어날까?
다가 올 미래에 대해서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내가 본 미래라는 만화의 내용도 작가가 프레디 머큐리 사후에 내가 이런 꿈을 꿨었다고 그렸을 뿐, 사전에 그 내용을 공표해서 맞춘 것이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하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관련 내용도 내가 본 미래 완전판에서 작가는 동일본 대지진은 겨울에 일어났지만, 자신이 꾼 꿈에서는 반팔 옷을 입은 여름이었으며, 해일의 크기도 보다 더 거대했었다고 이야기 합니다.
작가는 그러면서 어쩌면 2025년 7월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꿈을 꾼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고도 이야기하는데, 이게 꼭 현실에서 일어날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풍수지리 등을 많이 믿는 홍콩의 경우 일본 여행 수요가 작년보다 줄어 들었고, 중국의 경우 지진 피해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며 부동산 구입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권고까지 했습니다.
계속되는 사람들의 불안감과 공포심 때문인지 타츠키 료 작가가 돌연 자전적 에세이 『천사의 유언(天使の遺言)』을 발표하면서, 대규모 재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꿈을 꾼 날과 실제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책에 날짜를 명시하게 된 것은 편집부가 과거의 예를 바탕으로 급하게 작업하면서 혼란스럽게 쓰인 것 같다"며 7월 5일이라는 날짜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책까지 사서 읽어봤지만 정확하게 뭐가 맞다 아니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만화와 지신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고, 이번 대규모 재해는 자신이 날짜도 보았으니 사람들의 인식만 바뀐다면 대비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책 끝장의 작가의 말과, 중간 중간에 분명히 자신이 날짜를 보았다고 이야기하며 7월 5일에 대한 주의를 반복했으면서 최근에 다시 7월 5일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기에 신빙성이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어쩌면 2025년 7월에 실제로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사고가 없이 조용히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다행이고, 실제로 그러길 간절히 바랍니다만...
어찌되었건 일본 정부에서도 난카이 트로프 대지진이 향후 30년 이내에 80% 이상의 확률로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고, 당장 내일이라도 발생될 수 있을 거라는 가정하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우리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본의 기상, 지진 현황, 화산 분화 정보, 피난소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safety tips 앱을 설치하고, 대사관 연락처를 확인하고, 지진 대비 훈련이나 비상 물품 준비, 재난 시 행동 요령 숙지 등 최소한의 안전정보라도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