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밤바다 낭만버스커 아르바이트 2일차.
오늘 제가 있는 위치에서 공연할 아티스트는 핑거스타일연주자 이호준씨와 혼성듀오 낭만주의보.
공연은 7시부터지만, 음향 점검을 위해서 6시부터 셋팅을 준비했어요.
셋팅 마치고 셀카 한방!
이 분이 바로 핑거스타일 기타 연주자 이호준이라는 분입니다.
대중가요보다는 주로 외국 음악을 연주하셨고, 노래는 극구 사양하시면서 잔잔한 기타음만 들려주셨죠.
노랫말은 없었지만 여수밤바다를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기타 선율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무대였습니다.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관객들이 여수밤바다를 바라보며 이 공연을 지켜보면 좋을텐데, 무대를 준비할 수 있는 구조상 아티스트가 바다를 바라보고, 관객들은 바다를 등진채 관람해야 한다는 것...
이 점은 아티스트 분들도 안타까워하시더라구요.
뭐...그래도 이 밤바다를 보며 공연을 하다보면... 언젠가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씨가 그랬던 것처럼 여수를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곡이 '팟!'하고 떠오르게 될지도 모를테니... 아티스트들의 입장에선 손해라고 볼 수는 없겠죠.
잔잔한 기타음만이 울려퍼지기에 관객들의 호응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평소 기타를 연주한다는 남자분과 그 분의 어머니께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신청곡도 요청하고 감상 해주셔서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계속 될 수 있었습니다.
간간히 어른들의 감성을 자극할 추억의 명곡들도 연주해주셔서,
관객들 수도 점점 늘어나게 되었죠.
어제 공연 때도 느꼈지만, 여기에 공연하러 오신 분들이 1회성 공연으로 그치는게 아니라 멀리서 이 곳 여수까지 2~3차례 이상 방문해서 공연을 하셨던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인지 출연진들의 출연 일정을 보고, 공연장소를 찾아와서 '00씨 공연 언제하나요?'라고 물어보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
버스킹 공연 문화가 낯설고, 버스킹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문화공연 자체가 드물어서 공연을 즐긴다는게 낯선 여수사람들에게 생긴 소소한 변화같아서 무척 신기했습니다.
여니수니 가운데에 앉아 계시는 분들이 바로 위에서 잠깐 언급한 그 모자(母子).
다정한 두 분의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부럽더라구요.
이호준씨가 기타 공연을 마치고 잠시 쉬는 동안 낭만주의보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여자 멤버가 이 때 잠깐 자리를 비우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남자분만 혼자서 공연을 시작.
첫 곡은 여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이제는 여수의 시가로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명곡 중의 명곡 '여수밤바다'
여수사람이라면 천번도 넘게 듣고 거리를 걸으면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듣게 되는 노래라 지겹기도 한 노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밤바다를 바라보며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저 밤바다를 나와 함께 볼 그 사람은 어디있나...?' 생각에 빠지게 되죠.
알바 중에 '이 나이먹도록 저 아름다운 밤바다를 혼자 보고 있어야 하다니...'라는 생각에 혼자 울컥함.ㅠ_ㅠ
여수밤바다 노래가 끝날 즈음 여자분도 돌아오셨고, 두분이 함께하는 공연이 시작되었어요.
이 두분도 싱어송라이터였고, 중간중간 본인들의 노래를 들려주셨는데 노래 괜찮더라구요^^
음원 구매해보려고 검색해봤는데 제가 못 찾는건지... 나오질 않음.
대신 인터넷에서 낭만주의보를 검색했다가 뮤직비디오는 찾았네요.
정감스냅 '정감'님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and_jeonggam/220457875280
두 분의 노래가 마음에 드셨는지, 댄스스포츠를 배우시는 분들이 나오셔서 노래에 맞춰 멋진 댄스스포츠를 춰주셔서 더욱 멋진 공연을 펼칠 수가 있었습니다.
그렇죠. 이런게 버스킹 공연을 즐기는 방법이고, 버스킹 공연의 매력이죠.
신이나면 그 흥에 맞춰서 함께 춤도 춰보고, 함께 아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해보고...
딱딱하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신나게 즐기는 것!
멋진 댄스스포츠를 보여주신 저 두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리를 지키고 공연을 계속 보는 분들이 생기셔서 즉흥적으로 치뤄지게 된 낭만주의보와 이호준씨의 합동 공연!
원래는 30분씩 교대로 공연을 진행하게 되고, 매 회 비슷한 레퍼토리로 공연이 진행되게 되는데 공연을 계속 지켜보는 분들께 반복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두 팀이 회의를 한 끝에 합동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서로 합을 맞춰보고 공연을 해도 실수가 있기 마련인데, 서로 한번도 합을 맞춰본 적이 없음에도 두 팀의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놀라웠어요.
기타와 키보드, 멜로디언 등 다양한 악기가 함께하는 무척 풍성했던 공연.
관객수는 많지 않았지만 공연 퀄리티는 무척이나 뛰어났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도 벌고 멋진 공연도 보고...
이 아르바이트 꽤 괜찮네요.^^
이 아르바이트도 내일이면 끝이네요.
다음주부터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지만 이번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알게된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한번씩 해양공원 일대를 거늴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