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극장 난바점 위치 및 분위기
'食い倒れ(くいだおれ)'라는 일본어를 들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말로는 '먹다가 망한다'라는 뜻을 가졌는데, 오사카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먹는데 돈을 다 써버릴 정도라는 의미에서 유래한 표현이라고 합니다.
일본 내 미식의 도시 오사카.
정말 다양한 먹거리가 많이 있지만 그중 상당수가 '해산물이 포함된 음식'이라서 저처럼 해산물을 못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선택이 제한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요, 검색을 하다가 고기 덮밥 맛집이라고 소개된 곳을 찾게 되어서 다녀와봤습니다.
고기극장(肉劇場).
가게 이름에도 당당하게 고기를 넣은, 그 이름조차 뭔가 믿음이 가는 그곳.
난바점과 도톤보리점이 있는 프랜차이즈 음식점인데, 저는 그중에서 난바점에 다녀왔습니다.
고기극장 난바점은 덴덴타운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덴덴타운...
도쿄에 아키하바라가 있다면 오사카에는 덴덴타운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자제품과 애니메이션 그리고 오타쿠의 성지라 할 수 있는 그곳.
도톤보리점은 관광객들로 붐빌 것 같고, 덴덴타운 쪽은 그래도 도톤보리에 비해서는 여유로울 거라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방문했음에도 줄을 선 사람들이 있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좁아 보이는 외관과는 다르게 가게 내부는 넓었고, 주방이 오픈되어 있어서 앉은자리에서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글지글 고기가 익어가는 기분 좋은 소리가 들리고 식욕을 당기는 냄새가 나지만, 환기 시설은 미흡해 보였습니다. 손님으로 가득할 때 방문했더니 고기 연기에 눈이 조금 매울 정도....
고기극장 음식 주문 방법
주문은 가게 내부에 설치되어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서 식권을 구매, 직원의 안내를 받아서 자리로 이동하고, 밥 양과 소스를 선택하면 되는 시스템입니다.
키오스크 옆에 위 사진처럼 한국어가 포함된 안내문이 붙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막상 식권 구매를 위해 키오스크에 다가서면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우선, 이 키오스크에는 '언어 선택' 항목이 없습니다.
첫 화면에 '아트인'과 '테이크 아웃'이라는 한국어가 적혀 있지만... 더 메뉴 버튼을 끝으로 더 이상 한국어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손님이라도 없는 곳이라면 천천히 파파고를 이용해서 번역을 해가며 주문을 시도하겠는데, 안타깝게도 제 뒤로도 사람들이 계속해서 줄을 서고 있었고, 한국인들만 서있었다면 어찌어찌 물어보거나 양해를 부탁하며 주문을 했겠지만, 이곳 고기극장은 일본 사람들도 즐겨 찾는 식당이었어서 그런 여유를 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고기극장을 두 번 방문했는데요, 첫 방문 때는 점심식사 시간을 조금 지난 상태에서 방문했었으나 여전히 사람들이 몰려서 뭘 주문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긴장한 상태로 주문을 했고, 두 번째 방문 때에는 덴덴타운의 상점가들이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하는 늦은 저녁 시간대에 방문해서 다행히 키오스크 화면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찍어서 번역 어플을 이용해서 주문을 끝마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제가 힘겹게 촬영을 했던 고기극장 키오스크 화면을 번역한 모습입니다.
혹시라도 제 글을 보고서 고기극장을 찾는 분이 계시다면, 당황하지 않고 원하는 메뉴를 무사히 주문해서 식사하실 수 있기를...
제가 방문했던 시기는 2024년 여름이었기 때문에 아마 첫 화면은 위와 다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중요한 항목은 그대로 일 테니까... 큰 어려움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매장 내 식사를 위해서 노란색 '店内'이라고 써진 버튼을 눌러봅니다.
그러면 위와 같은 화면을 보게 될 겁니다.
제가 앞에서도 미리 이야기했지만, 여기서부터는 한국어가 보이지 않습니다.
영어라도 적혀 있다면 눈치껏 주문을 해 볼 텐데, 영어조차 없이 오로지 일본어로만 적혀 있으니 당황스러울 겁니다.
아래에 이 화면을 번역한 이미지를 첨부했으니 긴장하지 말고 이미지를 살펴봅시다.
이 화면에서는 본격적으로 메뉴를 선택하게 됩니다.
스마트폰에서는 아마 이미지가 작게 표시될 텐데, 이미지를 한번 터치하면 원본 사이즈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고기가 몇 종이 들어간 덮밥을 먹을 것인지, 밥 말고 고기만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고기가 산더미처럼 쌓여서 나오는 음식을 먹을 것인지...
본인의 선호도와 지갑 사정에 맞게 음식을 선택해 봅니다.
저는 4종의 고기(갈비/안창살/닭 목살/돼지 등심)가 포함된 대 게키조 덮밥(대극장 덮밥)을 선택했습니다.
한국어가 일부 표기되었지만 일본어가 더 눈에 띄는 상황... 혼란스럽지만 이 화면도 번역을 해뒀으니 아래 이미지를 확인해 봅시다.
어떤 메뉴를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화면 이미지가 약간 다르게 표현되겠지만, 고기를 얼마나 넣을 것인지, 토핑이나 세트를 추가할 것인지 물어보는 내용이 나올 것입니다.
위 이미지는 '단품' 항목을 눌렀을 때 나오는 키오스크의 화면입니다.
세트까지는 필요 없는데,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싶다거나 차를 주문하고 싶을 때에는 위 이미지를 참고해서 항목을 선택하시면 됩니다.
한참을 낑낑대면서 번역 어플을 구동시키고 있었더니 직원이 종이로 된 메뉴판을 건네주고 가네요.
좋아요... 한국어 메뉴판. 하지만 주문은 키오스크로 해야 하는데....
한국어 메뉴판을 건네주더라도 이 메뉴를 주문하려면 일본어로 된 키오스크를 상대해야 하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바쁘지 않다면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키오스크를 통해서 대신 주문을 부탁하겠지만, 직원은 바빠 보이고....
제가 첨부한 이미지를 최대한 참고해서 키오스크에서 메뉴 선택, 결제를 해봅시다.
결제를 하면 주문한 메뉴에 대한 식권이 나옵니다.
위 이미지는 제가 첫 방문했을 때 주문했던 메뉴들입니다. 3장의 식권이 보이는데, 각 각 劇場丼(극장덮밥), サラダセット(샐러드 세트), ザプレミアムモルツ(더 프리미엄 몰츠)라고 적혀 있습니다.
직원이 식권의 반을 뜯어서 가져가고, 남은 반은 제게 주는데, 밥 양은 어느 정도를 선택하고, 고기 소스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샐러드는 어떤 것을 선택할지를 물어보고 식권에 표시를 해줍니다.
밥 양이나 소스, 샐러드 종류 등을 당연하게도 직원이 일본어를 물어보는데, 당황하지 말고, 자리 앞에 놓인 안내문을 보고서, 일본어를 잘 모를 경우 손가락으로 하나씩 선택해 주면 됩니다.
여기까지 하면... 힘들었던 고기극장의 메뉴 주문이 끝이 납니다.
식사 후기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저는 고기극장을 두 번 방문했습니다.
가장 처음에 방문했을 때, 저는 극장덮밥+샐러드 세트 그리고 산토리 더 프리미엄 몰츠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극장덮밥은 갈비, 안창살, 닭 목살이 올려진 덮밥입니다.
긴장 속에서 음식을 주문했던 터라 어떤 소스를 선택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붉은 색인 것을 봐선 매운맛 표시가 된 것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아마 스파이시 갈릭 소스가 아니었나 싶은...
숙주나물을 기본 반찬으로 제공해 주는데, 이거 상당히 맛있습니다.
한국인의 입맛에 딱 맞는 고소함과 짭조름한 맛의 나물!!
첫 방문 때에는 리필이 되는 줄도 모르고 제공된 양만 먹고 나왔는데, 두번째 방문때에는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이건 꼭 두 번 이상 먹으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토마토 크림치즈 샐러드입니다.
샐러드같은거 좋아하지 않는데, 급히 주문하느라 뭔지도 모르고 주문...
직원이 뭔가 물어보는데 못 알아들어서 번역 어플을 이용해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어렵사리 선택했던 애증의 음식.
뭐... 밥 다 먹고 후식 삼아서 먹기엔 좋았으나 다음에 또 방문하게 된다면 굳이 샐러드를 주문하진 않을 겁니다.
국은 계란국으로 제공됩니다.
너무 짜거나 달거나 하지 않고... 딱 제 입맛에 맞았습니다.
닭 목살입니다.
음식 주문과 동시에 고기를 굽다보니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기다림이 결코 아깝지 않은 음식 맛을 보여줍니다.
그릴에서 맛있게 구워진 야키토리 맛!
아마 이게 갈비겠죠?
소 갈비인거 같은데 소는 너무 오래 구우면 질기고, 그렇다고 질기지 않게 하려고 살짝만 익히면 핏기가 보여서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핏기도 없고 전혀 질기지 않고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려서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집... 고기 정말 잘 굽네요.
안창살 역시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씹을수록 육즙이 퍼졌고, 양념이 짜거나 과하게 맵거나 하지 않아서 밥과 먹기에 딱 좋았습니다.
음료는 우롱차를 선택했는데, 고기로 인해 약간은 기름진 위장을 깔끔하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주문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정말 만족스러웠던 식사!
이건 두번째 방문 때 먹었던 음식인데, 뭘 주문했던 것인지 기억이 안 납니다.
그냥... 모든게 맛있었다라는 기억만...
인기 시간대에 웨이팅이 발생한다는 점.
키오스크에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아서 주문이 쉽지 않다는 점.
가게 내부 환기시설이 미흡하다는 점.
이거 빼고는 모든게 만족스러웠던 오사카 맛집, 고기극장이었습니다.
